EOS 등 암호화폐 법적성격 검토 – 서기원 변호사

EOS 등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한 검토

2018. 10. 3. 법무법인(유한)동인 서기원 변호사 작성

 

출처 : pixabay.com

1. 암호화폐 법적 성격 논의의 실익

 

암호화폐에 대해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으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에서 내린 “교환의 매개체 및/또는 회계의 단위 및/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되거나 작용하되, 국가로부터 법정화폐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 가치의 전자적표상”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이 정의된 가상화폐 개념에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EOS와 같은 암호화폐 외에도 게임머니, 사이버머니 등도 포함하게 되므로, 암호화폐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되어 분산·발행되고 일정한 네트워크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정보”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가 거래계에서 통화 또는 통화 대체 수단으로 기능하는지는 차치하고, 거래소에서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개인 간 사적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ICO(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신규 암호화폐가 발행·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우리의 기존 민사법(형사법 포함) 체계에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기술적 진보로 태어난 것이어서 기존 우리 법의 문언 해석으로는 어떤 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장차 입법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성격의 정의와 그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현행 우리 법제 하에서 암호화폐가 어떤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를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암호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있는가, 사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암호화폐와 관련한 어떤 권리가 침해 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민사적 방법 또는 형사적 방법으로 권리 구제가 가능할 수 있는가 등이 논의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재산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다면 어떤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다.

 

2.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암호화폐 자체는 블록체인에 기반 한 디지털로 암호화된 코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암호화폐 그 자체가 특정인이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채권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암호화폐는 법정통화를 대체하여 통화로서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고(대표적으로 비트코인), 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법정통화로 결재하는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으므로 재산 혹은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는 보아야 한다. 최근 우리 법원도 비트코인에 대해 비트코인이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고, 해당 피고인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광고 대가로 받은 점등을 들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해당 비트코인의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따라서 암호화폐가 어떤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재산적 가치가 존재하는 무형물(무체물)이라는 점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권리의 객체로서 암호화폐의 위치

 

가. 권리의 종류

권리란 일정한 구체적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법에 의하여 권리주체에게 주어진 힘을 말한다. 권리의 종류는 그 분류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산적 가치를 지니느냐에 따라 재산권과 비재산권으로 분류할 수 있고, 권리의 효력을 기준으로 지배권, 청구권 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우리 민법은 1편 총칙, 2편 물권, 3편 채권, 4편 친족, 5편 상속으로 대별하고 있는바, 2편 물권과 3편 채권이 권리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물권과 채권은 재산적 가치를 지니느냐로 구분하자면 재산권에 해당하고, 권리의 효력을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물권은 지배권에 해당하고 채권은 청구권에 해당한다. 암호화폐가 어떤 권리의 대상이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현행 민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권 또는 채권과의 관련성 차원에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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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암호화폐가 물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물권의 정의

물권은 특정의 독립된 물건을 직접 지배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내용으로 배타적·독점적 권리이다. 물권의 객체가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특정의 독립한 물건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재산권을 객체로 하는 경우도 있다(권리질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목적으로 저당권 등). 그 밖에 광업권과 조광권, 어업권 등도 물건을 전속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서 물권에 준하여 다루어진다.

 

(2) 물권의 종류

점유권, 소유권, 저당권, 전세권, 유치권, 질권, 지상권, 지역권 등이 우리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물권에 해당한다. 그 밖에 상법상의 물권(상사유치권 등), 특별법상의 물권(공장저당권 등), 관습법상의 물권(분묘기지권 등)이 있다.

 

우리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특정인에게 특정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채권과 달리 물권은 배타적이고 대세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대외적으로 물권의 보유자가 누구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시제도(부동산의 경우 등기, 동산의 경우 점유)를 두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즉, 대외적으로 누가 물권자인지가 공시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물권의 주장이 가능하므로, 법으로 규정한 것 외에 임의로 물권을 창설하지 못하도록 하여 거래의 안정을 도모한 것이다.

 

이처럼 물권의 객체는 원칙적으로 물건에 한정되므로, 암호화폐를 물권의 객체로 보기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물건에 해당하여야 한다.

 

(3) 암호화폐를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우리 민법 제98조는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체물이라 함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동산 등이 대표적인 유체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전기, 열, 빛, 음향, 향기, 에너지 등과 같이 형태가 없고 일정 공간을 물리적으로 차지하지 않는 존재는 유체물에 대응하여 무체물이라고 한다.

 

구민법 제85조는 유체물만을 물건으로 보았기 때문에 전기를 비롯한 열, 빛, 에너지 등의 무체물들이 민법상의 물건이 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구민법 제85조의 문리해석대로 한다면 이런 것들은 물건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사회·경제적 실정에 맞지 않아 법률이 사회 및 경제 진보에 퇴행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입법적으로 유체물 외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도 물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민법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관리할 수 있는”이라는 요건은 비단 자연력에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유체물의 경우에도 관리할 수 없는 것은 유체물로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해, 달, 별과 같은 존재는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유체물이기는 하나 배타적 지배가능성, 즉 관리가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록 유체물이라 하더라도 물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구민법 개정 당시에는 유체물 외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열, 빛, 에너지 등은 인식할 수 있었으나 디지털 코드로 표현되는 암호화폐와 같은 존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체물에 대응하는 무체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당시 자연계에서 인식할 수 있었던 자연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암호화폐의 경우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서 암호화 된 코드이기 때문에 유체물에 해당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또한 암호화 된 코드는 자연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상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력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논하는 대개의 논문이나 자료들이 암호화폐를 물건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견해들과 달리 암호화폐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유체물로 볼 수는 없으나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에는 해당한다고 본다. 암호화페는 그 소지자가 공개키 및 비밀키를 소지하는 방법으로 암화화폐를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고 배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암호화폐는 암호화된 디지털 코드이지 자연력이 아니므로 물건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구민법 제85조를 개정하면서 유체물 외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도 물건의 일종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유체물에 대응하는 무체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구민법 개정 당시의 인식의 한계 때문이지 자연력 이외의 무체물은 물건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어떤 근거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자연력 이외의 무체물은 물건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어떤 사회 경제적,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법원은 디지털 정보는 물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나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나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하나인 유추해석의 금지 원칙이 지배하는 형사법 분야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판단도 일견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강행규정 보다는 임의규정이 더 많이 존재하고,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법 체계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그대로 채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유추해석의 법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사회경제적 시스템과 과학의 발전에 부합하는 민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비록 암호화폐가 유체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의 자연력은 인간의 인위적 작용이 배제된다는 사전적 의미의 자연이 아니라 유체물에 대응하는 무체물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는 물건에 해당하므로 물권의 객체가 될 수 있고 따라서 물권의 한 종류인 소유권, 점유권 등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 암호화폐가 채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우리 민법 제373조는 “금전으로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것이라도 채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조에서 말하는 채권의 목적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일정한 채무자의 행위”를 말한다. 즉, 일정한 급부행위를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목적물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의 거래와 관련하여 암호화폐 보유자 A가 그 암호화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전받고자 하는 B와의 사이에 일정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A는 B와의 계약에 따라 이를 이전해 줄 급부의무가 채권의 목적이고 암호화폐는 채권의 목적물이 된다. 금전으로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도 그 효력에 있어서는 보통의 채권과 다를 바 없다. 즉, 채무자의 이행이 없으면 채권자는 그 이행판결을 소구할 수 있고 그 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대법원은 형사사건이기는 하나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바 있으므로 암호화폐의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암호화폐의 이전(전송)’을 청구하는 채권적청구권의 행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매도인이 암호화폐의 이전(전송)을 거부하는 경우 이행청구의 소의 한 형태로 “원고는 피고에게 0000년 00월 00일까지 000 암호화폐를 이전(전송)하라”라는 형태의 소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3. 관련 문제(암호화폐의 형법상 재산죄에 있어서의 위치)

우리 형법은 재산죄에 관한 규정(형법 제323조 – 327조)에서 개인의 재산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를 규율하고 있다. 형법은 재산죄의 객체를 기준으로 재물죄와 이득죄로 나누고 있다. 재물죄에 있어서의 재물은 민법 제99조에서 정의하는 물건과 동일한 개념으로, 재물죄는 절도죄, 횡령죄, 장물죄, 손괴죄가 있다. 이득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범죄인데 배임죄, 컴퓨터사기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는 재물죄인 동시에 이득죄이다.

 

필자는 앞서 현행 법 체계 하에서도 민사법적 측면에서는 암호화폐를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의 하나로 보아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력의 개념을 무체물 일반으로 확장하는 유추해석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형사법 체계에서는 유추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다. 따라서 형사법 분야에서는 암호화폐가 재물(물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암호화폐가 절도죄, 횡령죄, 장물죄, 손괴죄 등의 객체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암호화폐가 재물(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산상의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점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공인되었기 때문에 배임죄 등 이득죄의 객체에는 해당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계약 또는 법령에 근거하여 특정인의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특정인의 암호화폐를 그 특정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매각하여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행위자 본인이 이득을 취한다면 배임죄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4. 결어

민사법 분야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추해석이 가능하다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유추해석을 허용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발전에 법이 지나치게 뒤쳐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 민법은 제99조에서 물건을 “유체물 및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여 유체물이나 자연력이 아니라면 비록 관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으나, 암호화폐가 현실적으로 재산적 가치 있는 거래의 대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공개키 및 비밀키는 통해 보유자가 배타적으로 관리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자연력의 개념을 확장하여 암호화폐도 물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소유권, 점유권 등 물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형사법 분야에서는 유추해석이 금지되므로 자연력이 아닌 암호화폐를 물건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암호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보이므로 배임죄 등 이득죄의 객체는 될 수 있다고 본다. 끝. 2018. 10. 3. 법무법인(유한)동인 서기원 변호사 작성.

 

참고 )

 

본 칼럼 내용에 대한 서기원 변호사의 공개 세미나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이 2018. 10. 10. 수요일 오후 3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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